2008.5
새벽2시...무주구천동주차장을 출발하여 덕유종주길에 올랐다. 향적봉에서의 멋진 일출과 운해를 기대하면서...
무주구천동 계곡길에서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보석처럼 영롱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새벽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백련사 일주문의 환희심...백련사 대웅전에서 새어나오는 불빛과 새벽예불소리의
아름다움에 끌려 종주를 포기하고 이곳에 남아 일념정진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숲으로 들어섰다.
구천동계곡길과는 다른 산으로 향하는 느낌이 좋았다. 어둠에서 빛을 창조해내는 고요한 새벽이 열리는 모습을
보면서 몸과 마음은 알 수 없는 기운으로 승한다. 그러나 세상일이 그렇듯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그래서
성인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비로소 행복이 찾아온다고 말하는 것일 것이다.
새날이 밝았을 때 나는 덕유산의 정상인 향적봉에 올랐지만 멋진 일출도 보이지 않았고 아름다운 운해도 보이지 않았다.
다소 차가운 바람만이 향적봉을 감싸고 돌았다. 아무도 없는 향적봉에서 주변산들을 조망해 보았다.
향적봉대피소로 내려오니 몇팀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햇반을 데워서 아침식사를 하고 150미터 떨어진 샘에서 물을 길어
왔다. 이번 덕유종주에서는 철저히 시간을 잃어 버리기로 했으므로 걷는 걸음거리도 느릿하게 쉬는 것도 자유롭게 하기로
했다. 오로지 덕유과 내가 호흡을 같이 하는 것, 산의 흐름에 나를 맏기는 것이다.
향적봉에서 중봉가는 길에는 주목과 고사목이 눈길을 끈다. 주목은 살아서든 죽어서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이미 나무를
사랑하는데 길들여진 탓에 주목의 자태는 아침의 신선한 공기마냥 사랑스럽고 정답게 느껴진다.
향적봉에서 일출과 운해를 보여주지 않았던 자연의 심술이 심술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오늘 산은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산에서 보았던 진달래와는 격이 다른 진달래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느꼈을 때 행복은 커져
만 갔다.
중봉에서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등줄기를 바라보는 즐거움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부드러운 흐름이 무룡산, 삿갓봉을 만들고 남덕유산에서 정점을 만들고서도 아쉬움이 남았던지 서봉을 만들었으니...
덕유산에서는 황석산과 기백산, 금원산, 월봉산의 조망도 좋지만 멀리 아스라히 보이는 지리산의 조망이다.
천왕봉과 반야봉의 생김새로 분별이 가능한 지리주능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덕유산 산행의 매력중의 하나다.
송계삼거리...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산객들이 이곳에서 신풍령(빼재)을 지나 대덕산, 황악산으로 마루금을 이어간다.
덕유산에는 박새군락지도 있다. 산아래에서는 초록이 산정으로 타고 올라오고 있지만 봄이라기에는 주능은 아직
헐벗었으니 박새의 푸르름이 더욱 빛난다.
진달래꽃을 감상하느라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진달래꽃을 통하여 덕유주능을 표현해 보는 즐거움을 누린다.
처녀치마도 보라빛으로 길손을 맞이한다.
삿갓봉넘어로 좌에는 남덕유 우에는 서봉이 마치 삼위일체와 같다.
덕유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인데 꽃이 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동엽령에서는 칠연폭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곳인데 전망대가 좋은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산객들이 모여서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며 정담을 나누며 쉬어 간다. 주변 조망도 아주 좋다.
무룡산에 올랐다....북덕유와 남덕유사이에 엉뚱한 이름의 산 하나가 솟아 있으니 무룡산이다.
무룡산에서는 북덕유도 가마득하고 남덕유도 가마득하다.
온 길 삼만리, 갈 길 삼만리처럼 느껴지는 봉우리다.
현호색도 등산로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꽃이다.
덕유산 주능선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삿갓골재 대피소다.
골바람에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불어 온다.
황점으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덕유산으로 오르기전 마지막 봉우리인 삿갓봉이다.
그러나 덕유산 주능에서 유일하게 우회등산로가 있는 봉우리이기에 지친 산객들은 지나쳐 간다.
마치 지리산 종주하는 사람들이 반야봉을 거치지 않고 노루목에서 곧바로 삼도봉으로 가듯이...
그래도 나는 삿갓봉에 올랐다.
남덕유산으로 오르기전 마지막 재 월봉재다.
이곳에서도 황점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서봉갈림길에서 마지막 힘을 몰아 남덕유산을 올랐다.
비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그렇다고 산행의 재미를 앗아 갈 정도는 아니다.
남덕유산에서 비바람속에서 북덕유산을 조망해 본다.
삿갓봉, 무룡산, 중봉, ~~~아~~~지나온 길들이 그립다.
영각사로 하산한다.
비바람치는 날에는 공포의 철계단이다.
한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다.
오후6시 30분...영각통제소에 도착함으로써 덕유종주를 마무리한다.
30대 초반에 영각사에서 무주구천동으로 당일 종주를 한 이래 20년만에 무주구천동에서 영각사로 당일종주를 마쳤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런 걸림없이 걸었던 덕유산 종주산행을 계기로 더 많은 산에서 종주산행을 이어가고 싶다.
산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언제나 흔들리고 분별하는 것은 내마음이다.
*영각사에서 무주구천동으로 되돌아가려면 교툥편이 아주 불편하다. 영각사에서 서상가는 버스, 서상에서 장계가는 버스,
장계에서 무주가는 버스, 무주에서 무주구천동가는 버스를 타고 출발점으로 차량을 회수하러 가야한다. 그러나 영각사에서
서상택시를 부르면 5만원이면 곧바로 무주구천동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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