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3.14
금요일 밤 12시가 넘어서야 도착한 경북 영덕의 삼사해상공원, 달빛속에서 검푸른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기온이 뚝 떨어져 영하의 날씨로 돌변하고 강풍이 몰아친다. 승합차안에서 잠을 청했지만, 거친 바람소리와
함께 무언가 깨지는 소리, 차량의 심한 흔들림에 깊은 잠에 들지 못한다. 그래도 새벽은 온다.
강풍과 영하의 날씨는 변함이 없었지만, 바다는 평화로웠다. 여명이 밝아오고 수평선 넘어 구름층위로 해가
솟는다. 언제나처럼 이 순간만은 감동의 물결이 가슴을 적신다. 이침햇살에 눈부신 파도 역시 마음을 사로
잡는다.
(삼사해상공원의 일출)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산행을 하기로 한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영덕읍내 신세걔아파트입구에
서 고불봉을 올라 능선을 따라서 봉화산을 거쳐 강구항까지 8.4km의 해맞이등산로를 걷는 것이다. 고불봉에서
강구항까지는 낙동정맥이 명동산에서 뻗어나온 화림지맥의 끝구간이기도 하다.
해발 235m의 고불봉(高不峰)은 높으나 높지 않다는 의미의 봉우리이지만, 막상 오르고 보면 사방이 막힘없이
펼쳐지는 주변경관이 수려하여 높은 산에 비해 모자람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생강나무가 노란꽃을 활짝 피운 가운데 시종일관 푸른 바다를 조망하며 완만한
높낮이의 능선길을 걷는 즐거움의 끝에는 강구항이 기다리고 있다.
(고불봉에서 강구항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강구항에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를 맛보려는 차량들과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시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갈메기떼들이 날아 오르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그들에게는 먹이를 찾는 생존경쟁이겠지만 여행자의 눈에
는 자유롭게 평화로운 모습으로 다가 온다.
(강구항에서 갈매기의 비상)
대게 일색인 강구항에서 좀 색다른 잠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오늘의 메뉴는 도루묵찌게다. 도루묵찌게를 전문
으로 한다는 황포식당을 찾아 간다. 주인아주머니의 투박한 말소리가 오히려 정다운 식당에서 두룩묵찌게의 맛
에 완전히 빠져들고 만다. 매콤한 국물까지 다 비웠다.
(황포식당의 도룩묵찌게)
식사후 출발점으로의 이동은 강구터미널에서 영덕터미널까지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오후시간은 여행모드로
전환하여 바다길을 따라 창포마을로 간다. 창포마을은 바다풍경이 아름다운 조그만 어촌마을이다.
바다에 한가롭게 떠다니는 갈매기떼들 바라보며 나 또한 한가로운 오후를 즐긴다.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다가
청어과메기를 파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난다. 포항 구룡포의 과메기는 꽁치를 만드는데 원조는 청어과메기
라고 한다.
과메기를 한두릅 산다. 그런데 맛을 보려니 준비된 게 없다. 소주도 있어야 하고, 초장도 있어야 하고 싸먹을
김도 필요하다. 매점 하나 없는 동네에서 어떡하겠는가? 할머니에게 부탁을 해서 소주와 초장을 원가로 사고
김을 얻어 갯바람을 맞으며 과메기를 안주삼아 소주 한잔을 들이키고 낮잠을 청한다.
(창포마을의 바다풍경)
오후6시부터 영덕군청에서 시행하는 영덕 동해안 보름달맞이 야간산행에 참가를 한다. 산행코스는 영덕초등
학교 창포분교에서 풍력발전단지 - 윤선도시비 - 창포 빛의 거리를 거쳐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풍력발전단지의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소리...
봉화대의 헛불 시연...
화이트데이 사탕 나누기...고로쇠 수액 시음...뻥튀기 시식...노래마당 등 주최측에서 준비한 행사도 다양하다.
풍력발전단지에 올라가니 짙은 어둠이 깔린다. 보름이 지난 터여서 달이 뜨지 않아 달빛없는 달맞이산행이지만,
오히려 어둠속에 초롱 초롱한 별빛과 풍력발전단지의 조명등이 빛을 발하니 환상적인 밤이 전개된다.
(풍력발전단지의 모습)
해맞이공원을 내려 오면서 만난 주민에 따르면 달빛이 밝은 날, 해맞이 공원에서 내려다 보는 달빛어린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풍경은 아주 멋지다고 소개한다. 보름날 밤에 다시 이 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산을 내려오면 대게등대가 불을 밝히고 창포 빛의 거리가 환상적인 느낌으로 다가 온다.
"참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대게등대)
(창포 빛의 거리)
출발점으로 돌아오니, 축하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어린 여자아이들의 베리덴스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꽁치구이와 막걸리로 흥겨운 잔치마당이 펼쳐지는 가운데 향토먹거리 판매장에서 호박고구마 한 박스를 구입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룡산 넘어에서 달이 솟아 오르는데 참 멋지다.
1박2일의 영덕 해맞이 및 달맞이여행은 작은 것에서 얻는 여행의 행복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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