妙行산행길

봉화 왕두산 & 각화산 산행

행운57 2014. 6. 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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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7일

 

가족여행5일차 - 봉화군 춘양면 석현리에 있는 왕두산과 각화산을 오르기로 한다. 

신라 신문왕6년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하는 각화사에서 시작하여

- 왕두산 - 각화산 - 춘양목군락지 - 각화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형 산행이다.

각화산은 태백산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남하하던 산줄기가 차돌베기 부근에서 각화산으로 한줄기 기운을 토해낸다.

그래서 각화사는 각화산 각화사라 부르지 않고 태백산 각화사라 부르고

조선왕조신록을 보관했던 각화산 중턱에 있는 사고지는 각화산 사고지라 부르지 않고 태백산 사고지라 부른다.

 

 

각화사 입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각화사로 올라가는 길에 각화사 귀부가 있다.

고려 초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한다.(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189호)

 

 

각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비구스님들의 참선수행처로 이름난 태백선원 등이 있는 절이다.

해발1000m가 넘는 산을 거느리고 있음에도 등산로에 이정표가 없는 이유도,

정상에 제대로 된 표지석 하나 없는 이유도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함인 것 같다.

 

각화사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기전 우측으로 소로가 보인다.

왕두산으로 들어서는 초입인데 처음부터 가파른 길이 시작된다.

처음부터 만만치 않은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우측 골짜기에 조그만 토굴 하나가 보인다.

채소밭도 보인다. 각화사 남암으로 불리는 암자인데 초삼선사께서  토굴을 짓고 수행정진하셨던 곳이라고 한다.

스님들 사이에 살아있는 부처로 널리 회자되고 있지만 불교신도들조차 스님의 존재를 잘 알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열반에 드셨지만 세상사에 초연하여 무소유와 청빈을 몸소 실천하며 수행정진하셨다는게 알려진 전부다.

토굴수행승의 삶을 떠올려 보면서 문득 나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되고 참회하게 되고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인적이 끊어진 산길에는 새들의 노래소리만이 적막을 깬다.

좌측 골짜기에 나뭇잎사이로 암자 하나가 보인다. 각화사 동쪽에 있다고하여 동암으로 불리는 금봉암이다.

금봉암은 스님들의 참선수행처로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오래전 각화사를 갔다가 때마침 금봉암 중창불사 낙성식이 있다기에 참석한 인연이 있다.

 

숲은 청정하다. 숲은 말이 없어도 그 숲이 든 사람은 스스로 청청함의 가르침을 배운다.

 

 

왕두산 정상 (해발1045.6M)에 올랐다.

처음부터 이 산을 오를 생각은 아니었는데 전날 친지들이 모여 놀다보니 새벽길을 떠나지못해 차선책으로 오른 산이었는데

청정한 숲에 들고보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좋다. 참 좋다. 이렇게 숲길을 걷는다는 것 하나만으로.

 

왕두산에서 각화산으로 가는 능선길은 깊은 산의 느낌이 물씬 풍겨난다.

오솔길을 걷다보면 각화산와 금봉암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가파른 바윗길을 통과하면 태백산사고지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지만 어느 길도 이정표는 없다.

 

 

울창한 참나무숲을 걷기도하고 철쭉터널을 걷기도한다.

 

 

죽어서도 산 자를 위해 제 한몸 기꺼이 내어놓는 나무의 자비로움을 보면서 난 참 인색하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초록이 주는 편안함...

 

꽃이 주는 사랑스러움...

 

 

각화산 정상 직전에 있는 헬기장이다.

오래전 태백산에서 각화산으로 능선산행을 하면서 각자의 베낭에 남아있는 음식물을 전부 풀어놓고

산상파티를 벌였던 곳이어서 기억이 오롯하다. 함께 걸었던 사람들은 모두 인연따라 흩어졌는데

자연은 잊지않고 기억을 토해낸다. 그 날 함께 걸었던 산우님들 모두 행복하기를!

 

 

 

해발1176.7M 각화산 정상에 올랐다.

왕두산이나 각화산은 정상에서의 조망권이 확보되지 않기때문에 정상에서의 특별한 멋은 느껴지지않는다.

 

 

정상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서 조금 내려오면 각화사로 내려가는 능선길과 연결된다.

 

 

원추리꽃이 피어나고 있다.

기억난다. 그 때 그 자리에 피었던 원추리꽃의 환한 얼굴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봉화지역은 울진, 영양, 삼척, 강릉과 더불어 금강소나무가 유명하다.

지금도 봉화 문수산에 가면 금강소나무에 숫자롤 새겨 문화재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봉화 춘양지역에 금강소나무가 많아 춘양목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유명한 금강소나무군락지가 각화산 능선길 주변에 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인간의 눈은 왜곡되어있다.

내 것이어야한다는 소유의 개념으로 자연을 바라볼 때 자연의 진면목이 보이지않을 것이다.

각화사 남암 토굴의 초삼선사처럼 초연하고 청빈하고 무소유할 때 비로소 자연이 본래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마음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각화사, 그리고 대웅전의 석가모니불!

그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나!

 

 

종각아래에서 소란스런 대화를 이어가는 방문객들.

점심공양을 마치고 담소를 나누는 스님들,

지팡이 하나 짚고 포행을 나서는 스님.

 

 

상(相)에 취하지 말고 마음이 한결같아 흔들림이 없이 살아가라는 금강경 사구게를 떠올리며 대웅전을 향해 합장을 한다.

 

각화사로 올라가는 계단길은 사바세계에서 극락세계로 올라가는 피안의 길처럼 느껴진다.

 

언제쯤 세상과 사람들으로부터 초연하여 여여부동한 자유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천천히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긴채 싱그런 숲길을 걸었던 3시간을 끝으로 5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이슬을 머금어 방긋 방긋 웃는다던 무공해 상추를 수확하여 귀가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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