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5.5일/무아님과 함께
도보여행 5일차 - 덕유산 털진달래 산행
새벽5시에 민박집"흙속에 바람속에"를 떠나 무주구천동 시설지구 주차장에 도착.
오늘은 2일의 노고단 털진달래 산행에 이어 덕유산 중봉의 털진달래 산행을 테마로 정했다.
기온이 좀 차갑지만 출발부터 꽃길을 걸으니 기분이 산뜻하다.
무주구천동의 비경이 펼쳐진다. <월하탄>
편하게 걸으려면 탐방로가 좋겠지만 우리는 자연관찰로이자 구천동 옛길을 따라 걷는다.
물길을 따라 걸으면서 이름모를 폭포와 소(沼) 등을 관찰하면서 자연에 깊이 내 자신을 맡기는 것이다.
구천동 옛길에서는 달궁계곡에는 못미치지만 수달래를 볼 수 있다.
어찌 이 좋은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쉬어 가자. 물소리와 함께.
구천동옛길은 구천동시설지구와 백련사의 중간지점 쯤에서 탐방로로 연결된다.
백련사 일주문에서부터 순례자의 마음이 된다.
수행자의 처소가 이쯤되면 수행자의 본분을 되돌아 보아야 할터.
단순소박하게 사는게 수행자의 제1덕목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아버지의 기일...부처님전에 예를 올리고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백련사에서 향적봉까지는 1시간30분이 소요된다고 기록되어있다.
바닥난 체력으로 가능할까 체크해보기로 한다.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가니 백련사계단이 있다.
힘겨워하는 무아님을 모른채 하고 앞서 걷는다.
걸으면서 뒤돌아 보고 또 뒤돌아보지만, 느려지는 걸음...고백하건데 나도 힘들다.
그러나 삶에서도 그렇듯 여행길에서도 힘든 순간을 스스로 이겨내야 할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때이다.
힘겨움이 극에 달했을 때, 바위에 기대어 무아님에게 처음으로 물 한잔 권했다.
그리고 초코파이 한개를 건냈다. 돌아오는 대답은 웃음과 함께 "아~꿀맛이다."
그렇게 우리는 향적봉 대피소에 도착. 고속도로휴게소에서 사 온 충무김밥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김천의 황악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긴 흐름이 김밥속으로 스며 들었으니 밥맛이야 저절로 나는 법.
<향적봉 대피소>
점심후 향적봉에 오르니 많은 등산객과 여행객들이 붐빈다.
정상석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늘어선 줄을 보고 우리는 정상 인증사진을 포기.
<설천봉>
대피소 주변은 박새군락지
중봉으로 가는 길은 주목군락지인데 구상나무와 주목이 친구처럼 보인다.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등 큰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 ...고사목...
지난 밤에 덕유산정에는 눈이 내렸다. 오월에 눈이라니 희귀한 현상이다.
하여 전혀 대비가 되지 않은 털진달래는 꽃봉우리를 피우다가 얼어 죽었다.
제대로 피우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꽃몽오리가 서럽다.
실망도 잠시 중봉에서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호쾌한 능선의 꿈틀거림이 나를 미치게 한다. 심장이 뛴다.
가슴에 고이 간직한 덕유산 종주의 추억들...백두대간의 추억들...
못다핀 꽃들의 영혼에 기도한다.
덕유산 중봉과 노고단의 털진달래가 피는 시기는 대략 노고단보다 덕유산은 13일 정도 늦게 핀다.
중봉에서 오수자굴로 하산.
갈 길은 먼데 몸은 지쳐온다.
세월앞에 장사 없다더니, 열흘을 걸어도 끄떡없던 몸이 이제는 못참겠다 아우성이다.
백련사 입구에서 무주구천동 주차장까지는 몸의 기운을 회복하여 속보로 걷는다.
도보여행 5일차를 마무리하고 아버지 기일을 맞아 고향집으로 향한다.
덕유산에서 고향가는 길은 환상의 드라이브길이 열린다. 무흘구곡을 따라서.
2014.5.6일 도보여행 6일차 - 팔공산 은해사 암자순례날이다.
몸의 컨디션도 회복되었고 아침 일찍 길떠날 채비도 마쳤다.
그런데 형수님이 냉동실에서 그동안 챙겨둔 것들을 꺼내 놓는다.
엄나무 햇순, 뽕잎햇순, 땅두릅 등을 삶아서 냉동시킨 것들이다.
이것들을 가득 차에 실어 놓고 하루를 보내면 도저히 상해서 못먹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6일차 여정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고향의 푸근한 인정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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