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5.4일/무아님과 함께
도보여행 4일차 - 오늘은 지리산둘레길 8구간을 걷기로 한다.
"흙속에 바람속에" 주인장의 도움으로 내 차를 덕산 남명기념관 주차장에 가져다 놓고
되돌아 와서 같은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모녀팀과 함께 운리에서 둘레길 8구간 도보를 시작.
둘레길 8구간이 시작되는 운리에는 주차장과 둘레길안내도, 간이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다.
8구간 도착지점이 시천면 '사리'로 되어 있는데 법정동인 '사리'보다는 '덕산'으로 불리고 있다.
그래서 사리에 있는 시장도 사리시장이 아닌 덕산시장인 것이다.
둘레길은 원정마을길을 지나서 운리임도로 진입하게 되는데 원정마을은 운리에 속한 자연부락이다.
지리산둘레길의 대부분 구간이 임도, 농로 등으로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어서 별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
운리임도 중간쯤에 쉼터, 안내도, 간이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는데, 나름 바라보는 풍경도 좋다.
이쯤에서 함께 출발한 모녀팀과는 각자의 방식대로 걷기로 묵시적 합의에 이르렀다.
여행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는 '자유'이므로.
처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임도 풍경이 스믈스믈 마음안으로 스며들기시작할 무렵 숲길이 시작된다.
처음 얼마간은 수평개념의 소나무숲길이다.
운리에서 4km정도 지점에서 참나무숲길이 시작된다.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정신의 기운이 상승하는 시점이다.
길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길이 내게로 온다.
마을길과 임도는 우리를 이렇게 아름다운 참나무군락지로 데려오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그 길에서 작은 폭포를 만났다.
농로에서 임도로, 임도에서 소나무숲길로, 소나무숲길에서 참나무숲길로 변화를 거듭한 길은
좁은 길로 이어지니 영혼이 촉촉히 젖어드는 느낌이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백운계곡의 우렁찬 물소리는 속세의 번뇌를 다 버리라는 듯.
오래전 웅석봉 등산을 하면서 백운계곡으로 내려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꿈을 꾸지 않은 사람은 아무것도 이룰 수 없지만 꿈은 꾸는 사람은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룰 수 가 있다.
잠시 계곡을 쳐다보고 그냥 지나치는 둘레꾼도 있고, 손을 담그고 발을 담그는 둘레꾼도 있고,
아예 가족끼리 자리를 펴는 둘레꾼도 있고, 라면을 끓이는 몰지각한 행락객형 둘레꾼도 보인다.
우리는 여기가 종착지인 것처럼 계곡의 윗쪽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펴고 앉았다.
좀 더 윗쪽으로 탐사를 하니 멋진 폭포가 보인다.
도보여행은 걷는 것과 쉬는 것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행복과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게 된다.
백운계곡에는 웅석봉 등산로가 연결된다. 백운마을에서 웅석봉까지.
MTB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자전거를 메고 간다. 지금은 고행중이라고.
아무리 종은 길도 끝이 없다면 좋은 길이 아니다.
윗마근담에서 사리임도가 덕산까지 이어진다.
임도이긴 하지만 울창한 숲속 임도여서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산골마을의 정경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마근담계곡은 깊다. 계곡의 깊은 맛이 임도의 멋없음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마당에 멋진 조각품들이 즐비한 집 한채가 보인다.
'경의재'라는 개인 소유의 집이다.
농장 팻말을 붙인 그림같은 집도 보인다.
덕산은 곶감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산자락은 온통 감나무로 뒤덮고 있다.
시멘트 임도는 아스팔트 도로로 바뀌고 천주교 마산교구 산청성당 덕산공소가 보인다.
아침에 내 차를 주차해 둔 남명기념관이다.
<남명선생의 동상>
<덕천강>
<산천제>
산천제를 지나면 둘레길은 덕천강변길을 걷게 된다.
오늘은 덕산장날이다. 덕산장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고 다시 덕천강변길을 걸어서
남명기념관으로 되돌아가서 오늘의 도보일정을 마무리한다.
민박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운리 탑동마을에 있는 단속사지를 둘러본다.
단속사지 입구에 남명선생 시비가 있다.
단속사지 동.서 삼층석탑은 보물 제72호. 73호로 지정된 국가문화재다.
단속사지 당간지주와 삼층석탑의 위치로 보아 절의 규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민박집으로 돌아오니, 바깥주인장과 민박을 든 둘레꾼과 작은 오해가 있어 조금 소란스러웠다.
그러나 오해는 쉽게 풀리는 법이고 풀린 오해는 서로를 더 가깝게 한다.
그래서 오늘 밤은 주인장 내외와 둘레꾼들이 한데 모여 동동주 파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민박집에서의 4일차 마지막 밤은 왠지 잠이 오질 않는다. 아쉬운 여운때문인가.
이틀을 자고나면 분명 우리집을 나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바깥주인장의 말은 틀렸다.
우리는 4일간을 내 집처럼 편안하게 지내고서야 떠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그 곳을 떠나왔다.
공개적인 글을 통해 민박집 '흙속에 바람속에"와 주인장 내외에 관한 내용을 주관적인 판단으로 쓰게 된점
너그럽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 참 좋으신 분들이고 조만간 다시 가야하는 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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