妙行도보길

경주 양남에서 삼태봉 도보기행

행운57 2012. 11. 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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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7.

 

삼태봉은 경주시 양남면에 속한 산이지만 울산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산입니다.

주로 기령에서 가볍게 삼태봉을 다녀오기도 하고, 경주시 외동읍 모화에서 올라가기도 하지요.

하지만 양남방면에서는 산행한 기록들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삼태봉아래에 마우나

오션리조트&CC가 있어서 등산로를 가로막고 있기때문이지요. 그렇기때문에 더 호젖한 명상기행

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길을 나서 보았습니다. 막상 산행을 하려니 정보가 절대 부족입니다.

 

우선 차량으로 경주시 양남면 상계리 상계마을까지 접근을 했서 여기서부터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상계마을 삼거리에는 마을할머니들이 농산물을 길가에 내다놓고 팔고 있습니다.

삼거리에서 왼쪽도로는 곧바로 기령을 넘어 울산 호계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도로는 산에들레마을을

거쳐 기령을 넘어 호계로 가는 길이지요.

 

산에들레마을까지 3.5km를 1차선 도로를 따라 걸어야합니다. 

 

차량이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니어서 호젖하게 걸을 수가 있어 좋군요.

 

산중에 웅장한 건물이 보여서 궁금했는데 돈자리생활문화연수원이라는군요.

 

청수사 이정표는 있지만, 청수폭포는 잘 알려지지 않은 폭포여서 이정표가 없습니다.

 

청수폭포를 가려면 돈자리연수원 본관건물로 들어가서 계단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야합니다.

 

웅장한 멋은 없다지만, 정겨운 폭포입니다.

 

다시 돈자리연수원 본관앞으로 되돌아 올라와서 청수사로 갑니다.

흡사 가정집같이 느껴지는 아늑한 절이더군요.

 

절옆 계곡에 보살입상이 모셔져 있구요. 계곡을 건너면 도로로 연결되는 옛길이 있습니다.

 

옛길을 따라 나가니 폭포윗쪽 다리를 건너 도로가 나옵니다.

 

산골로 들어가는 도로는 나름 운치가 있습니다. 길옆 계곡가에 해피데이/그린벨리펜션이 있군요.

 

올라가는 도중에 가든도 있고 동대산 건봉사라는 사찰도 있습니다.

 

절의 역사는 알 수 없었지만 산중에 위치해 있어 기도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자상을 보면서 참 편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산길을 걷다가 낙엽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볼 때처럼.

 

산에들레마을이 모습을 드러내는군요.

 

 

마을을 상징하는 커다란 지게가 인상적입니다.

 

마을앞에 '대臺'라고 부르는 산이 있고, 전답이 산등성이에 있는데 물이 귀하여 건대(乾臺)라 부렀는데,

지금은 물맑고 산좋고 토질이 좋아 건대(建臺)라고 부른다하니, 같은 땅이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격이 달라지는게 언어의 묘용인 것 같습니다.

 

마을정자에 붙어 있는 현판을 보니, 無量壽閣입니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듯합니다.

 

막연하게 길이 있겠지하고 찾아들었는데 '산책로3km'라는 이정표가 무척 반갑습니다.

어디로 연결된 길인지도 몰랐지만, 길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행복해지는게 길위의 나그네입니다.

 

감나무와 다랭이논이 멋들어진 풍경을 만들어줍니다.

 

산에들레안길을 따라 올라가니, 꽤 넓은 가파른 시멘트길이 나 있군요.

그런데 이게 뭡니까?  삼태봉에서 부드럽게 흘러내리던 능선안부를 헐어 전원주택을 짓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삼태봉아래에 마우나오션리조트 건물이 보입니다. 가야 할 방향이 정해지네요.

 

산책로는 산판길로 이어집니다. 솔향기가 물씬 풍기는 부드러운 능선길이 아주 편안하네요.

 

얼마를 걸었을까, 눈앞에 마우나오션CC본관건물이 나타납니다.

다행인 것은 산판길이 자연스럽게 골프장 진입로와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골프장 진입로를 따라 나갑니다.

 

다행스럽게도 진입도로에는 인도가 마련되어 있어 편하게 걸을 수가 있군요.

 

cc입구에서 마우나빌콘도방향으로 걸었습니다.

콘도에서 삼태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지요. 자주 걸었던 익숙한 길이구요.

오늘은 삼태봉을 생략하고 걷얼보지 않았던 임도길을 연결해서 걸어봅니다.

 

노랗게 물든 낙엽송은 늦가을을 더욱 아름답게 해 줍니다.

 

마우나빌 아랫쪽으로 난 임도를 따라 걸었습니다.

 

임도에서 삼태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2곳이 있구요.

 

임도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시멘트포장이 된 경사진 임도를 따라 내려갑니다.

 

축사인듯한데, 태풍으로 지붕이 쑥대밭이 되어 있네요.

이 지점에서 길을 잘 살펴서 톳방마을로 내려가는 임도길을 찾아야하는데 그만 지나치고 말았네요.

임도의 끝에는 저수지가 나오는군요. 별 방법이 없어서 저수지 둑을 건너서 산자락으로 올라붙었지요.

 

길을 오래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집중력이 떨어지곤 합니다. 이럴 때 길없는 숲속으로 들어서면

지형을 보고 독도를 해야하니까 집중력이 높아지고 몰입의 즐거움에 빠져들게 됩니다.

 

낙엽이 푹신거리는 숲속을 걸으니 대자유인이 된 듯합니다.

 

산판길이 연결되긴 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나 있어서 능선을 따라 내려갑니다.

왼편 골짜기에 집 한채가 보입니다. 골짜기를 따라 접근을 시도해봅니다.

 

계곡의 물소리가 반갑습니다. 어딘지도 모르는 산골마을로 내려간겁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양남면 석촌리 상마을입니다.

 

상마을에서 용암로를 따라 나갑니다.

 

이렇게 깊숙한 곳까지 펜션이 들어와 있습니다. 용암마을 용바위펜션입니다.

 

길옆 돌에 새겨진 글귀 하나-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저승길 떠나는 애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상마을와 용암마을은 재넘어에 있는 숨어있는 마을입니다.

 

태백이재를 넘어서 가파른 길을 내려가니 예쁜 산장이 나타나는군요.

 

용암로는 석촌새마을 석촌교에서 외남로(양남 - 외동간 도로)와 연결이 되는군요.

오가는 버스시간도 알 방법이 없고 양남까지의 거리도 모르겠고, 양남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무작정 걸어 봅니다. 눈앞에 나타나는 이정표를 보니 양남면소재지까지 7km가 남았습니다.

 

인도가 없는 길을 걷자니 나도 불안하고 지나가는 차량의 운전자도 신경이 많이 쓰일테고...

어쩌나하며 뒤돌아보니 좌석버스 한대가 지나갑니다.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면 달려갑니다.

행운이었습니다. 그 자리가 기구마을 버스승강장 근처였고 시골 할머니 두분이 느릿 느릿 차에서

내리는 바람에 버스에 탑승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양남면소재지 하서승강장에서 내려 상계마을가는 버스시간표를 보니, 2시간 넘게 기다려야하고

도로를 따라 걷자니 1시간30분은 걸어야 할 것 같고...택시를 불러서 돌아가기로 했지요.

택시요금 6천원...양심적인 요금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사분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도보기행을 마무리합니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이 생각나는 나른한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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