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4.
나에게 주어진 한나절, 가까운 곳에서 새로움을 찾아야했다.
풍암마을로 갔다. 마을입구에서 서암사로 가는 길에 소류지가 있다.
거기서부터 나는 새롭고 신기한 것들을 찾아서 함께 놀아야 했다.
우선 활짝 핀 벚꽃에게 인사를 건너본다.
서암사입구에서 대숲사이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중구둘레길을 걸을 때에도, 연동마을길을 걸을 때에도, 울산어울길을 걸을 때에도 이 길을 걷는다.
그러나 좋은 길은 언제 걸어도 새롭고 신비롭다.
잘 쉬는 것도 부지런함의 한 방법이라고 어느 선인이 말했다지.
원두막을 보면서 내가 정말 부지런히 잘 쉬며 살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연동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마루에서 잠시 어디로 걸어볼까 마음이 흔들린다.
고개마루에서 좌측으로 소로를 따라 들어가 본다. 누군가 다녔던 길이다. 나만 몰랐던...그래서 신바람이 났다.
그 숲길에서 철쭉꽃을 만났다. 올해 처음이라는 것때문에 마음이 꽃에 도취되었다.
철쭉꽃과 진달래꽃은 비슷하지만 분명 다르다.
바위도 꽃처럼 피어날 때가 있다.
자연은, 숲은 그 스스로 아름답다. 누가 이름을 붙여주건 말건....
사람 또한 그 스스로 아름답다. 누가 불러주건 말건...그 마음속에 견주어보는 분별심만 없다면...
잎과 함께 꽃을 피우는 저건 산벚꽃이던가?
음~~~복사꽃이 화사하게 피었군. 화엄세계가 눈앞에 펼져지니 축복인게야.
길은 여러갈래로 나 있고 나는 어디로간들 문제될게 없어 걷고 싶은 대로 걷었는데,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공사현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자연이 파괴되고, 숲이 사라진 자리에 터널이 뚤리고 고가다리가 놓인다.
바람에 실려온 솔씨 하나가 척박한 땅 한자락에 새생명으로 태어났다.
중구둘레길로 접어들었다. 숲길에 비해 걷는데 집중력이 떨어진다.
처음 이 길을 걸었을 때는 길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한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주변에서 새로운 것들을 찾아야한다.
은행나무 조림지를 지나고...
입화산 갈림길에서 길촌마을쪽으로 걷었다.
이 길을 따라서 쭉 가면 풍암마을로 갈 수 있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서 좌측으로 농로를 따라 내려갔다.
그 길은 풍암마을로 연결되는 자연스러운 길이었다.
개울가에 핀 진달래를 보면서 지리산 달궁계곡의 수달래를 떠올려본다.
작은 것들이 모여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큰개불알꽃이여!
꽃무리속에서 피어난 하얀민들레...누구와 누구의 모습을 본 듯 정답다.
파란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듯한 배꽃이여! 너와 나는 이렇게 처음 만났지.
길위의 행복은 때와 장소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덕목은 무위행(無爲行)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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