妙行도보길

봉화 각화산 단풍길

행운57 2010. 10. 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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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4.

 

내게는 제2의 고향이 된 봉화 춘양!

그곳에 가면 태백산에서 부드러운 능선으로 연결되는 각화산이 있고, 그 산의 중심에는 천년고찰 각화사가 있다.

 

내가 즐겨 산책하는 길은  공세동에서 아란야 - 문수암 - 토골 - 각화산 지능선 - 북암터가는 길 - 각화사 - 공세동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천천히 걸으면 2시간정도가 소요된다.

 

특별히 지어진 이름이 없기에 나는 그 길을 각화산 단풍길이라고 부르고 있다. 왜냐하면 북암터 주변 골짜기에 단풍나무가 많기때문이다.

 

공세동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멘트길을 따라서 올라간다. 단조로울 것 같은 길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길가에는 달맞이꽃, 국화꽃 등 각종 꽃들이 피어나고, 골짜기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길옆 과수원에는 사과가 탐스럽게 매달려 있다.  

 

 

 

과수원집을 지나고, 천연치료요양원을 지나고, 아란야를 지나고 가정집같은 문수암을 지나면 산길이 시작된다. 토굴로 올라가는 길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토굴에는 인기척이 없다. 스님은 출타를 한신걸까? 방문위에는 묵언이라는 글귀가 쓰여져 있다. 혼자사는 수도승이 무슨 말이 필요하기에 묵언이라는 글을 써놓은걸까?  말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이 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그곳에는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도 않은 오래된 부도 하나가 있다. 성진당 법등대사 부도다. 아마 오래전 이곳에서 수행하신 스님의 부도일것이다. 치열한 수행자의 삶을 살다가신 스님에게 흔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고 감이 한줄기 바람이 일어났다가 스러지는 것과 같을 진데.

 

지금은 폐가가 된 토굴터를 지나고 샘터를 지나 소로를 따라 걷는다. 내가 처음 이 길을 알게 되었을때 얼마나 기뻐했던가? 각화산 구석 구석을 누비면서 느끼는 그 충만한 행복감을 그 누가 알겠는가?

 

 

각화사에서 각화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에서  지금은 철거되고 없지만 북암이 있던 곳으로 샛길을 따라 들어가면 그 은밀한 단풍의 향연이 펼쳐진다. 설악이나 내장산의 그 것에는 미치지 못하나, 설악이나 내장산에서는 맛볼 수 없는 고요함이 깃들면 오히려 설악이나 내장산의 단풍보다 더 감흥이 일어난다.

 

 

 

 

 

각화사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인데 그곳에 있는 태백선원은 스님들의 참선 수행처로서 손꼽히는 곳이다. 선방에서 공부하는 스님들도 그곳에는 맑은 기운이 흘러 공부가 잘 된다고 하신다.

 

각화사 대웅전을 참배할 때마다 특별한 느낌을 받는다.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내 마음에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그 무엇.

 

이름없는 것이 이름있는 것보다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각화사 삼층석탑이 그렇다. 이끼가 세월을 느끼게 하는 작은 삼층석탑에서 불국사의 석가탑에 못지 않은 아름다운 영감을 얻는다.

 

각화사 입구 도로를 따라 걷는다. 늙은 느티나무에도 단풍이 든다. 길이 아름다워 길위에 서서 서성일 때가 참으로 행복한 시절이다.

 

아스팔트 도로위를 걸어도 눈은 건너편 산을 보며 걸으니, 산길을 걷는 것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비스듬이 개울가로 누워서 세월을 낚는 느티나무에도 단풍이 든다. 두두물물이 다 행복을 노래하는 듯한 가을이다.

이틀일정의 강릉바우길중 하루일정을 포기하고 먼길을 돌아 찾아온 시골집의 가을은 풍요롭고 여유가 넘친다. 자식이 찾아가니 팔순노모도 즐거워하고, 채소밭에서 가을걷이를 하는 아내도 신바람이 나고, 이렇게 짬을 내어 단풍길을 걷는 나도 즐거우니 이것이 바로 상생이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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