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남산

경주남산 문화유적 탐방산행

행운57 2013. 2. 1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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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6.

 

새갓골주차장 ~열암곡석불좌상 ~ 열암곡 3절터 ~ 침식곡 석불좌상 ~ 백운재 ~ 백운암 ~ 천룡사 ~

천룡사지삼층석탑 ~ 열반재 ~ 고위산 정상 ~ 백운재 ~ 봉화대 ~ 열암곡석불좌상 ~ 새갓골주차장

 

경주 남산 새갓골주차장에서 열반골을 따라 올라간다.(이정표상 거리 700m)

 

경주 남산지구 중에서 가장 호젖한 길이다.

 

경주 남산의 대부분의 절터에는 대숲이 있다.

 

열암곡석불좌상을 처음 본 것이 오래전 일이다. 그 때는  광배 등 석불 조각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옛모습으로 복원되어 있다.

 

그러나 옛모습으로의 복원되었다고는 하지만, 석불의 얼굴부분이 불완전한 모습이다.

 

열암곡 석불좌상의 옆쪽에는 엎드려 있는 마애여래입상이 있다.

 

마애불을 처음 보는 순간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원형이 거의 완전하게 보존된 마애불의 아름다운 미소가 가슴을

파고 들었다. 자연재해에 의한 건지, 인위적 조작인지는 모르겠으나 도대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이렇게 엎드려

지냈단 말인가.  보호철망사이로 카메라를 넣어서 근접촬영을 해보았다.

 

문화재연구소에서 특수 촬영한 사진을 보면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다.

 

열암곡3절터를 찾아가기위하여 능선 하나를 가로 질러야한다. 딱히 정해진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능선에는 풍수지리에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명당터일 것 같은 곳에 몇기의 묘지가  있는데, 그 옆에 소나무 한그루가

고위산을 바라보며 청청하게 서 있다.

 

두더지산행으로 열암곡3절터까지 왔다. 석탑의 부재들이 묘지의 경사진 면에 흩어져 있다.

'무릇 형상이 있는 모든 것은 다 허망하니, 그 형상이 형상이 아님을 보면 곧 부처를 보게 되리라'는

금강경의 게송처럼 허망한 실체를 눈으로 보면서 욕망을 따라 일어나는 집착의 실체를 더듬어 본다.

 

몇군데 문화유적탐방로 표지판이 눈에 뛴다.

 

등나무군락지를 지나고 작은 안부를 넘어서 침식곡석불좌상을 참배한다.

 

목없는 부처님은 경주남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종교를 떠나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적으로서 석불을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백운재로 올라와서 백운암으로 가는 오솔길을 걷는다.

 

내 마음을 한없이 평안케하는 아름다운 오솔길이여!

 

오랜만에 절에 왔으니, 108배 절을 한다.

송골 송골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히고 몸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알 수 없는 심연을 여행한다.

 

 

치아진신사리친견소에서 부처님의 치아 진신사리를 친견한다.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인가보다.

열암곡 마애여래입상의 미소를 만난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데 부처님의 치아진신사리까지 친견하다니~~~

 

불국사 말사중에서 가장 가난한 절이라는 천룡사를 참배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화려한 장식을 한 큰 절에서보다  청빈한 조그만 절이나 암자에서 더 많은 영감을 받으니 말이다.

고위산의 바위가 용이 되어 천룡사로 내려오는 듯한 용두암이 돋보인다. 대웅전옆에는 배바위가 있다.

 

천룡사지 절터를 둘러 보았다. 복원된 삼층석탑이 고위산과 조화를 이룬다.

천막법당에서 새어 나오는 은은한 징소리가  마음에 스며 든다.

 

 

 

 

남산 초가집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헐~~~그새 밥값이 6천원으로 천원이나 올랐다.

아무튼 산채비빔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길을 나서는데 집중력이 떨어진다.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서 열반재에 올랐다.

 

열반재에서 부처님 세계로 통하는 열반골의 전설을 읽어 내려가다가 웃음보가 터진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전설이 허구인줄 알면서도 재미있어하는 내 모습에 내가 웃는 것이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는 경주남산의 소나무를 볼 때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제 몸을 비틀어가면서 빛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을까하는 생각에 숙연해진다. 그 숙연함속에 배어있는 곡선의 아름다움과 함께~~~

 

정상을 오르다가 조망대에서 이무기능선과 태봉능선, 그리고 용장계 삼층석탑이 있는 능선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산이 낮고 품도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큰 산이 갖고 있는 모든 요소들을 두루 갖춘 덕있는 산이다.

 

정상아래 공원지킴터에서 천룡사지를 내려다 본다.

 

고위산 정상을 넘어서 백운재로 향한다.

 

 

내려가는 길에 전망좋은 바위에 올라섰다. 바위위에 자라는 한그루의 소나무에서 고귀한 생명력을 느낀다.

저 소나무는 '만유는 존귀하다'는 화엄경의 대의를 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삶이 힘들고 고단할 때 산에 올라 이렇듯

고귀한 나무 한그루에 위안을 얻는다. 자연은 나의 스승이고 나의 에너지원이다.

 

인간의 발걸음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길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백운재를 거쳐 봉화대에 올랐다.

 

마석산으로 능선산행을 하고 싶었으나, 대구에 친지의 병문안을 가야 하는 터라 열암곡 동쪽능선을 타고 내려온다.

옆지기는 마치 비밀의 정원을 걷는 듯하다고 한다. 정말 자연의 내밀한 구석을 살피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설렌다.

능선은 자연스럽게 열암곡석불좌상으로 연결된다. 다시 한번 석불좌상과 마애불을 참배한다.

 

마애불이 일어나 우리 앞에 무정설법을 하는 그 날을 기다려 본다.

 

옆드려 있는 마애불의 화면을 90도로 돌려 보았다. 아~~~거기에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오늘의 산행을 마치고 하산을 하니, 법정스님의 글 중에서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에서 처럼

내 영혼에 더덕 더덕 끼여있는 먼지와 번뇌와 망상도 함께 말끔히 씻겨지는 느낌이 든다.

 

- 세월이 흘러 가는 소리 -

 

물소리 바람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

그것은 우주의 맥박이고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이고

우리가 살만큼 살다가 갈 곳이 어딘가를
소리없는 소리로 깨우쳐 줄것이다.

이끼 낀 기와지붕 위로 열린
푸른 하늘도 한번쯤 쳐다봐라.

산마루에 걸린 구름
숲속에 서린 안개에 눈을 줘보라.

그리고 시냇가에 가서
맑게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가보라.

차고 부드러운 그 흐름을 통해

더덕 더덕 끼여있는
먼지와 번뇌와 망상도 함께 말끔히 씻겨질 것이다.

*10시에 입산하고 16시30분에 하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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