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27
불국사역 - 경주시 일반폐기물처리장 - 명활산성 - 보문교 - 보문호 둘레길 - 보불로삼거리- 블루원CC -
-대덕산 - 불국사역(달팽이걸음으로 순수 도보시간 8시간)
홀로 지낸 일주일~~~처음에는 홀가분함이었다가, 그 다음에는 외로움이었다가, 그리움이었다가, 마지막에는 공허함이 찾아왔다. 공허함이 지배하는 밤은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문득 공허함이라는 베낭속에 자유와 고독과 그리움을 담아서 길을 걸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언젠가 부분적으로 걸었던 그 길에 대한 환상을 보았다. 어쩌면 솔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공허함이 온전함으로 돌아올 것만 같았다.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기억의 조각들을 짜 맞추어 보았다. 먼저 불국사역까지의 짧은 기차여행이 나를 유혹한다. 그리고는 구정리 방형분에서 명활산성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의 솔바람소리가 나의 영혼을 깨운다. 이어서 보문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마음에 일고, 보문호에서 블루원cc까지 가는 무미건조한 길에 대한 망각이 또 다른 환상을 부르고, 마지막으로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길없는 길에 대한 끌림이 나를 흔들었다.
전날에 걷게 될 울산 어울길 5. 6구간 연속도보도가 무릎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혼자가는 길이라면 마음이 흔들릴 수 있으니, 달팽이카페에 번개공지를 올렸다.
그 순간 부분적으로 알고 있는 길들을 연결해서 하나의 완성된 길로 탄생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산행 당일, 호계역에서 07시27분 불국사행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좌석에 기대어 지긋이 눈을 감고, 오늘 걸어야 할 길에 대하여 가상여행을 떠나본다.
불국사역 대합실에서 산사랑님, 꾸러기님, 그리고 뚜벅이님을 만났다. 처음 뵙는 분들이라 조금은 어색했지만 간단한 인사를 하고 도보길에 올랐다. 구정리 방형분을 둘러보고 산길로 접어들어야하는데, 지형도가 바뀌어 있었다. 내 기억으로
는 주택사잇길로 들어가야하는데 주택이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주차장옆 잔디밭에서 산쪽으로 소로가 보였다. 초입을 찾아들었으니 이제 나머지 길은 무리없이 진행될 터였다.
솔바람이 소나무 특유의 향기를 싯고오는 소리에 세로토닌이 샘솟는 것 같았다. 보통 산행을 가기전에는 인터넷 검색으로 산행지도나 산행기 등을 참고하곤하는데 이번 길은 등산 지도도, 산행기록도 없는 그런 길이다.
오로지 빗바랜 기억 하나만 갖고 찾아가야하는 길이다. 대덕산과 연결되는 능선갈림길에서는 기억이 분명했다. 지난 번에 시행착오를 겪었던 지점이었으니까.
어색하게 만났지만, 같은 목적으로 같은 길을 함께 걷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는 친해질 수 있었다. 여러번의 갈림길을 지나고, 솔바람 소리가 길을 인도하는대로 걸다가 공동묘지를 지나서야 오솔길이 산판길로 바뀌었다. 산판길의 끝은 경주시 일반폐기물처리장으로 들어가는 도로상의 고개와 만난다.
경주시 일반폐기물처리장 진입도로에서 좌측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20m정도 가서 우측으로 가파른 불분명한 소로를 따라 올라가야하는데, 마을로 내려가는 분명한 소로길을 따라 내려가는 오류를 범했다. 다행이 개척산행으로 정상적인 등
산로를 찾아드는데 5분정도의 짧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집중력을 더 높여서 길을 찾아 나아갔다. 길은 아주 정확하게 폐기물처리장 쪽문으로 연결된다. 쪽문 안으로 손을 집어 넣어 쪽문을 열고 들어가서 폐기물처리장 입구 도로를 따라 나아
갔다. 명활산성으로 가는 길은 두번째 반사경이 설치돼 있는 지점에서 좌측 산길이다. 보문호가 조망되는 묘지에서 잠시 간식을 나눠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명활산성으로 올라가는데 등나무 등 잡목지대를 통과하는데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허물어진 산성을 넘어 들어가서 김해김공 묘지 앞에서 우측방향으로 명활산성 둘레길을 걸었다. 둘레길은 정토암 입구로 내려가게 되는데, 암자로 들어가면 우측으로 산성둘레길이 연결되고 명활산성에서 보문호의 아름다운 전경을 조망해
보고, 복원된 산성과 안내판을 둘러보고 북군삼거리에서 보문교를 건너서 보문호로 간다. 도중에 순두부집에서 순두부찌게로 점심식사를 하고 물넘어공원으로 올라간다.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보문호둘레길을 걸었다. 호수의 물결은 파도처럼
세차게 일렁인다. 보문호둘레길을 반쯤 돌아서 감포방향으로 국도변을 따라 걸었다. 보물로삼거리에서 불국사방향으로
우측도로를 걸어 올라가는데 살짝 뒤돌아보니, 일행들이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사실, 도로를 걸으면 지루하고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길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길과 내가 온전하게 하나가 될 수있다. 오로지 발걸음 하나에 모든 걸 집중해서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변화 하나 하나를 주의깊게 관찰해 보면서 걸으면 발걸음 하나에
우리 인생의 전부가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몸의 고통스러움이 곧 마음의 행복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일행들에게 미안한 마음만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블루원CC 진입도로를 따라 들어간다.
진입도로 고개를 넘어~~~ 조금 더 내려가서 좌측으로 임도처럼 제법 넓은 산길로 올라간다. 골프장만 없었다면 보문호수에서 곧바로 능선을 따라 멋진 오솔길이 열렸을텐데~~~먼 길을 돌아서 올라가게 된 것이다. 이 지점이 대덕산을 거쳐
불국사역으로 가는 능선길의 출발점이 된다. 능선길삼거리갈림길에서 우측능선길로 간다. 임도를 건너면 무작정 산으로 들어간다. 잡목이 우거진 숲속을 길이 없으니 봉우리를 향하여 개척산행을 한다. 봉우리를 넘으니 참나무가 무성한 묘지
가 보이고 조금 더 내려가니 희미한 소로가 연결된다. 그 길에서 나의 다운자켓이 나뭇가지에 찟어져 거위털이 바람에 흩날린다. '아~~~이제 몇 년동안 나의 겨울산행의 동반자인 자켓이 나와의 인연을 접는구나'라는 생각과 향기님이 '새 옷
을 하나 장만해 주겠군'하는 즐거운 상상도 잠시 해 본다. 그렇게 해서 등산로가 뚜렸한 삼거리갈림길에서 우측길로 접어들고 이후 등산로는 능선을 따라 이어지고 농로로 내려서게 된다.
불국사온천관광호텔앞에서 도로를 따라 불국사역으로 간다. 이번 도보길은 전구간에서 이정표는 하나도 없다. 다만,
J3클럽의 시그널이 종종 눈에 띈다. 그러다보니, 사진이라곤 엇비슷한 소나무숲길과 보문호 풍경 몇장이 전부다.
산에서 만난 사람이라곤 혼자서 산책하는 할아버지 한명이 전부였다. 그래서 온전하게 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걸을 수
있는 이 길은 어쩌면 사람이 걷는 길이 아니라 솔바람이 가는 길이 아닌가 싶다.
07시50분에 불국사역을 출발하여 12시경에 숲머리에 도착, 점심식사후 13시경에 출발하여 16시50분에 불국사역으로
돌아왔다. 점심시간을 제하고 순수하게 8시간을 걸었다.
먼 길을 불평없이 묵묵히 함께 길을 걸어주신 산사랑님, 꾸러기님 그리고 뚜벅이님께 감사드린다.
▼불국사역에서 도보 출발~~~
▼ 영원을 기원하며~~~
▼ 구정리 방형분
▼ 산행들머리~~~
▼ 초입부터 만나게 되는 소나무숲
▼ 걸기 좋은 오솔길이 산행초입부터 시작된다.
▼ 산행중 길잡이 역할을 해준 시그널~~~
▼ 공동묘지에서 경주시 일반산업폐기물 진입도로로 내려가는 산판길~~~
▼ 폐기물처리장 진입도로에서 헷갈리기 좋은 오솔길~~~
▼ 등산로는 폐기물처리장 건물 펜스안으로 들어감.
▼ 폐기물처리장 임구를 빠져 나와서 진출입도로상의 두번째 반사경이 있는 지점~~~좌측 산길로 들어감.
▼ 명활산성가는 길~~~
▼ 숲길이 참 예쁘다.
▼ 함월산과 보문단지가 조망되는 묘지에서~~~
▼ 등나무군락지~~~
▼ 명활산성까지 미로찾기를 하는 느낌의 길~~~
▼ 정토암으로 내려가기 전 보문호 조망~~~
▼ 풀어놓은 개가 계속 쫓아오며 짖어댄다.
▼ 정토암에서 명활산성둘레길로 올라가는 길~~~
▼ 명활산성에서 보문호 조망~~~
▼ 산사랑님~~~
▼ 꾸러기님, 산사랑님, 뚜벅이님~~~
▼ 명활산성 복원지~~~
▼ 북군삼거리~~~
▼ 물너울공원 전경~~~
▼ 인적이 끊긴 보문호 둘레길~~~
▼ 블루원리조트로 진입~~~대덕산 산줄기를 따라 불국사역으로~~~
▼ 길없는 구간에서 감각산행중~~~
▼ 신라의 달밤 노래비~~~
자기성찰과 명상을 위한 길을 걷고 싶은 여행자라면,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을 걷고 싶은 여행자라면,
불국사역에서 보문호 환종주길을 추천하고 싶다.
-길찾기 요약-
1.불국사역을 기점으로...
2.구정로타리에서 구정리 방형분을 둘러보고 불국사 방향으로 불국로를 따라 조금 가다...
3.신주소 불국로23번지, 주차장(건물 철거되고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음)에서 산길로 진입...
4.채소밭 갈림길에서 좌측길로 내려간다.
5.농로삼거리에서 좌측농로로...곧바로 조그만 웅덩이앞에서 우측 농로로...
6.채소밭 갈림길에서 좌측길로 올라가서 곧바로 산길로 진입...
7.능선삼거리로 올라가서 우측 능선길을 따라 올라간다...
8.중앙에 묘지가 있는 갈림길에서 우측길(J3클럽 시그널 확인)로 30m정도 가서 좌측 묘지가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묘지1기가 보이지만, 내려가면 쌍묘가 있음)
9.묘지2기가 있는 안부사거리에서 직진후 곧바로 좌우갈림길에서 우측길로...
10.펑퍼짐한 작은 봉우리 갈림길에서 우측길로...
11.안부사거리에서 묘지사이길로 직진...
12.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더 선명한 갈림길에서 직진 방향으로 올라간다.
13.멋진 소나무숲길을 걷는다.
14.안부 삼거리에서 우측길, 곧바로 삼거리에서 좌측길로 올라가서 공동묘지 사이길을 지나 임도(산판길)를 따라 내려간다.
15.경주시 일반폐기물처리장 진입도로에서 좌측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20m정도 가서 우측으로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분명한 소로길을 따라 가면 마을로 내려가게 되니까 우측 능선으로 곧바로 올라가야함)
16.사거리감림길에서 직진...
17.T자형 삼거리에서 좌측길로...
18.묘지1기 지나 삼거리에서 좌측길로...
19.경주시 일반폐기물처리장 담장안으로 들어가서 건물 뒷편으로 돌아서 처리장 입구로 나온다.
20.도로를 따라 나가다가 두번째 반사경이 있는 지점에서 좌측 산길로 진입...
21.월성김공 묘지를 지나서 아랫쪽으로 숲길 진입...
22.김해김공 묘지 앞에서 좌측으로 가면 명활산성 서쪽 둘레길로 가게되고, 우측으로 가면 동쪽 둘레길로 가게 된다.
명활산의 동쪽 산성둘레길을 걸으면 정토암 입구로 내려가게 되는데, 암자로 들어가면 우측으로 산성둘레길이
연결되고 명활산성입구를 따라 나가면 보문교에 도착하게 된다.(산성 서쪽 둘레길보다 동쪽 둘레길을 추천)
23.보문교를 지나 물넘어공원으로 올라간다.
24. 보문호 둘레길을 돌아서...
25. 보물로삼거리(감포가는 국도) 방향으로 도로를 걷는다.
26.보불로삼거리에서 불국사방향으로 우측도로를 따라 걷는다.
27.블루원CC 진입도로를 따라 들어간다.
28.진입도로 고개를 넘어~~~ 조금 더 내려가서 좌측으로 임도처럼 제법 넓은 산길로 올라간다.
29. 삼거리갈림길에서 우측능선길로 간다.
30.임도를 건너 산으로 들어간다.(길은 없지만 봉우리를 향하여 개척산행을 한다.)
31. 봉우리를 넘으면 참나무가 무성한 묘지가 보이고 조금 더 내려가면 희미한 소로가 연결된다.
32. 등산로가 뚜렸한 삼거리갈림길에서 우측길로 간다.
33. 이후 등산로는 능선을 따라 이어지고 농로로 내려서게 된다.
34.불국사온천관광호텔앞에서 도로를 따라 불국사역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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