妙行도보길

봉화 고선(구마동)계곡 단풍길 도보여행

행운57 2012. 10. 2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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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8.

 

이른 아침에 베낭을 메고~~~룰루랄라~~~도반과 함께 길을 나섭니다.

오늘은 봉화군 소천면 고선계곡(구마동계곡)으로 도보여행을 위해서죠.

 

고선계곡은 태백산과 각화산의 물줄기가 모여서 형성된 100리계곡입니다.

봉화에서 태백가는 국도변에서 좌측으로 고선계곡 안내판이 있습니다.

 

 

국도변에서 계곡을 따라 차량 한대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도로 약12km를 차량을 몰고 들어갑니다.

주변경관이 너무나 수려하여 풍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 운전에 집중할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마방교부근에서 잠시 차량을 멈추고 쉬어 갑니다. 마방교 부근에는 야영장도 있군요.

경치 또한 무척이나 아름답군요. 하루 일정으로 마방교부터 걸어야 고선계곡의 비경을

제대로 볼 수 있을텐데, 우리는 시간제약으로 지장사와 외딴집이 있는 마지막 주차장까지

차량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좀 아쉬운 부분이었죠.

 

차단기가 있는 이 지점이 고선국유임도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여기서부터 임도를 따라 도보여행을 시작합니다.

 

임도는 경사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부드러운 길입니다.

유순한 물의 흐름이 이어집니다. 물소리의 청아함에 빠져들어도 좋습니다.

 

도보여행 또한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때에 사람들의 관심밖에 있는 호젖한 길을 만나게 된 건 축복입니다.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나오고 싶지 않은 길입니다.

그래서 길을 지우며 길을 걷고 싶은 길입니다.

 

단풍이 아름다운 길위에는 평화가 깃듭니다.

길을 서둘러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어집니다.

 

물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길위에 선 자는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오로지 현재의 이 순간만을 느낄 뿐입니다.

그렇다고 이 순간을 특별한 공간에 저장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흐르는 물처럼 마음도 흘러가게 내벼려 둡니다.

 

아마 여기는 신선이 걷던 길인가 싶습니다.

 

단풍잎이 곱게 내려와 앉았습니다.

단풍잎에 누워 있으니 마음도 붉게 물드는 것 같습니다.

 

차단기(출발점)에서 2km정도 걸었나봅니다.

구마일주산장이 예쁜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마 이곳에 하루 이틀 묵은 사람들은 전생에 복을 많이 지은 사람들 일 것입니다.

 

낙옆송의 노란 잎이 단풍과 한바탕 신명나게 놀아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여름피서지로만 알려져 있는 탓에 가을에는 고요함마져 깃듭니다.

산장에 유숙한 듯한 사람들이 느굿하게 아침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보입니다. 

 

가슴이 설레입니다. 소년의 감성이 되살아 납니다.

 

절정의 순간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절정의 순간이 어느 때인지도 모르고 중년이 되버린 나와는 너무나 대비되는 순간입니다.

 

골짜기가 깊어 질수록 마음도 깊어집니다.

 

이 길이 끝이 무척 궁금해 집니다.

알지 못한다는 것이 여행의 묘미입니다.

 

금강소나무 육성시범단지라는군요.

금강소나무 탐방로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간이화장실도 있는데 관리를 안하는 둣 지저분합니다.

 

 

도리천이라는 절인가 봅니다.

그 옆에는 오미자농장이 있군요.

 

 

자연이 내뿜는 이 오묘한 색채가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자연이 주는 감동은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마음자리에 아름다움이 스며듭니다.

 

고운 색채에 발걸음이 더욱 더 느려집니다.

시간이 멈춘 듯합니다.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사방댐을 지나자 제2의 차단기가 있는 임도로 들어서게 됩니다.

 

도반과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차단기을 넘어서 길을 이어 갑니다.

 

이런 곳에서는 사람의 언어는 소음에 불과합니다.

자연의 소리만이 참된 언어입니다.

 

왜? 그토록 오랜 날들을 뜸들이며 머뭇거리다 오늘에서야 이곳에 입산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산과 나의 인연이 딱 맞아 떨어진 순간이 바로 오늘인게지요.

 

아~~~이 순간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더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것일테지요.

 

드디어 고선계곡의 임도끝자락 마지막 오두막집에 이르렀습니다.

구마동길1518번지~~~

 

이제 더 걷고 싶으면 희미한 옛길(소로)을 따라서 태백산으로 올라가야합니다.

오늘은 여기서 되돌아 내려오기로 합니다.

 

물소리를 따라 하산하는 도반의 발걸음이 허허롭습니다.

 

되돌아 간다는 것은 꿈에서 깨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길을 나서면 이 길은 마음에서 지워지겠지요.

마음의 빈자리가 있어야 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겠지요.

 

머리로 하는 생각과 가슴이 전하는 뜻이 다를 때는 가슴이 하는 말을 따라야겠지요.

 

아~~~한바탕 신명나게 논 단풍놀이가 끝나가는 순간입니다.

 

그대, 도반이여!  오늘은 평소 멀리해 온 술한잔 나누고 싶구려.

 

아~~~오늘은 텅빈 충만이 이런 건가 싶어지는 도보여행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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