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섬, 울릉도!!!
그렇게 먼 곳도 아닌데 20대 후반에 한번 가보고 27년만에 아내와 함께 다시 찾았다.
울릉도로 가는 배는 포항과 묵호에서 출항한다. 울산에서는 포항이 가깝지만, 묵호에서 배를
탔다. 왜냐하면 포항에서는 오전10시에 출항하기때문에 울릉도에 도착당일 성인봉 등산을 하기
어렵지만, 휴일의 경우 묵호에서는 7시에 출항하기때문에 도착당일 성인봉 등산이 가능하기때문
이다. 묵호항에서 씨플라워호를 타고 3시간이 걸려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했지만, 심한 배멀미로
도동항에서의 느낌은 울렁증이 전부였다. 좁은 산골짜기에 어지럽게 형성된 촌락의 모습은 일순
답답하다는 느낌마져 들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해운식당에서 울릉도 토속음식이라는
오징어내장탕으로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육지에서 가져온 막걸리 두어잔을 마시니 배멀미도 조금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울릉도관광안내도를 사전에 준비했지만, 막상 펴보고 싶지 않았다.
울릉읍에서 성인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3곳이다. 사동에서 오르는 안평전코스, KBS중계소에서
오르는 코스, 대원사코스다. 그 중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곧바로 걸어서 오를 수 있는 코스
인 대원사코스를 택했다. 대원사는 조그만 절인데 경주남산 보리사 소속의 절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대원사에서 시멘트길을 따라 오르다가 언덕에서 내려다 본 도동항과 도동의 모습)
울릉도 곳곳에서 아래 열매가 있는 나무를 볼 수 있었는데 현지 주민의 말에 따르면 말오줌대라고
하였다. 낮선 곳으로의 여행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신기하다.
성인봉은 섬산행이지만, 정작 산행내내 바다를 조망하기가 쉽지 않다. 조망이 시원스럽지 못한
데다가 산에는 안개가 자주 서리기때문이다. 시원스런 조망보다는 안개서린 원시림의 신비에
촛점을 맞춘 산행이 더 좋을 듯 싶다. 성인봉의 원시림은 천년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되어 있다.
성인봉을 오르는 동안 검은 진흙같은 것이 등산화에 달라붙어 성가시게 한다.
도중에 바다가 조망되는 정자를 지나게 되지만, 미운 것이 안개였다.
성인봉은 신생대 제3기에서 4기에 걸쳐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해발984m의 울릉도 최고봉이다.
정상에서 20m거리에 전망대가 있지만, 안개가 서린 날은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울릉도의 최고봉인 성인봉에 올랐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이고 행복하다.
성인봉에 있는 마가목(아래)이다. 마가목은 후박나무와 함께 울릉도에서 흔한 나무인데 가로수
로 심어 놓은 곳도 있다. 마가목 열매로 술을 담아 비싼 가격에 팔기도 한다.
정상에서 하산은 나리분지로 하였다. 정상에서 나리분지로 내려서는 가파른 길에는 나무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중간지의 전망대에서는 나리분지와 주변 봉우리들이 멋지게 조망된다.
신령수라는 샘을 지나면 나리분지까지 아주 편안한 숲산책로가 이어진다. 굳이 등산이 아니더라도
나리분지에서 신령수까지만이라도 산책을 한다면 좋은 여행이 될 듯 싶다.
나리분지로 내려와서 식당에서 하산주를 했다. 11가지의 약초씨로 담았다는 울릉도 명물인
씨껍데기술에다 더덕전을 곁들이니, 여행의 즐거움이 모락 모락 피어 오른다.
나리분지는 화산섬인 울릉도의 화산분화구에 화산재가 쌓여서 생긴 화구원으로 울릉도 유일의
평야지대로 특히, 겨울철에는 눈이 많이 내려 몇미터씩 쌓인다고 한다.
'나리'라는 지명은 조선조 고종때 개척민들이 정착하면서 먹을 것이 없어 산야에 많이 자생하고
있는 섬말나리 뿌리를 캐먹고 연명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나리라는 아름다운 이름뒤에 숨겨진 슬픔의 역사를 보는 것 또한 여행에서 느껴야 할 덕목이리라.
(아래...나리분지...)
나리분지에서 천부까지는 버스가 왕래하지만, 도로를 걸어서 가기로 했다. 나리령을 넘어서
천부까지 한시간 가량을 꼬불 꼬뿔 내리막길을 걸었다. 아래 사진은 삼나물(눈개승마)를 재배하는
밭인데 지금은 이렇게 하얀 꽃이 피고 있었다. 삼나물회무침은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그 밖에도 산지에 있는 밭에서는 더덕과 부지갱이나물을 많이 재배하고 있었는데, 특히 썸쑥부쟁이
로 불리는 부지갱이는 한번 심어 놓으면 스스로 번식을 하는 까닭에 자손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산나물이라고 한다.
(아래...큰앵초...)
천부까지 내려오는 동안 길옆의 들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조금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과거에는 등산길만을 고집했는데 이제는 등산과 트레킹(도보여행)을 구분하지 않는다.
걷다가 산을 만나면 산길을 걷고 들을 만나면 들길을 걷고 도로를 만나면 도로를 걷는다.
나이탓일까?
천부항에서는 송곳산이 지척에 보인다. 당초 천부에서 잠을 잘 요량으로 무거운 짐을 메고 산행
을 했는데 막상 천부에 와보니 잘 곳과 먹거리가 마땅치 않아 버스를 타고 다시 도동항으로 이동
했다. 도동항으로 돌아가는 버스안에서 바다와 멋진 바위들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었다.
울릉도 여행에서 가장 불편한 부분이 잠자리가 아닌가 싶다. 시설이 낙후된 모텔이나 민박시설이
육지보다는 값이 비싸다. 다행이 다리품을 팔아서 도동항구에서 조금 윗쪽으로 올라가서 팬션을
구했더니 편리한 시설에 육지보다 값이 더 싸다. 역시 걷는자에게는 복이 찾아 온다.
샤워를 하고 99식당에서 울릉도 특미인 약초해장국을 먹으니 입안에 약초향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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