妙行도보길

나홀로 지리산 종주산행

행운57 2011. 8. 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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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8.14~15

 

8.13일 울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주행 17시40분 직통버스 승차

진주터미널에서 진주역으로 이동

(빠른 이동방법: 경남과학기술대학교(산업대학교)앞에서 내려서 진주역까지 약520m 도보이동)

진주역에서 순천행 21시29분 무궁화호 승차(태화강에서서 17시08분에 출발하는 열차)

순천역에서 구례구역행 새마을호 승차 - 00시12분 도착

구례구역에서 택시로 00시45분 성삼재 도착(택시요금 1인당 만원)

 

성삼재는 짙은 안개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고 성삼재탐방안내소에서는 야간산행을 통제하고 있고

03시30분에 개방한다고 한다. 성삼재는 야간산행 통제 사실을 모른 채 전국에서 몰려든 등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텐트를 치고 자는 사람들, 차안에서 자는 사람들, 화장실에 메트를 깔고 자는 사람들, 노숙을 하는 사람들, 서성이는

사람들...나는 잠을 좀 자려고 커피점 처마밑에 밥자리를 깔고 베낭을 베고 누웠으나 잠에 오지 않아 허공을 바라보며

세월낚기를 한다.

 

14일 03시30분 출입통제가 해제되고 등산객들이 노고단으로 향하는 도로를 물밀듯이 밀려 들어간다.

그 모습이 장관이다.

 

04시30분 짙은 어둠과 안개속에서 노고단고개를 출발...

 

임걸령에 도착하니  날이 밝았다. 샘물을 채워넣고 약간의 간식을 한 후 출발...

 

등산로는 전날 내린 비로 인해 진흙탕이 되 버려 걷기가 불편했지만 야생화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크다.

 

 

노루목을 찍고 삼도봉에서 잠시 휴식...

 

 

화개재로 내려가는 계단길이 안개속에 잠겨 있다.

 

 

 

 

 

 

토끼봉을 지나 연하천 가는 길...

 

 

 

연하천은 등산객들로 북새통이다.

땅이 젖어 식사할 장소를 찾기도 힘들다.

 

형제봉에 도착...대략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중간지점이다. 양쪽 무릎 관절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11시10분 벽소령에 도착...점 점 더 심해지는 무릎통증으로 종주를 포기하고 의신으로 하산을 결정한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발걸음은 선비샘을 향하고 있다.

 

 

 

선비샘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또 다시 의신으로 비상루트를 따라 하산을 할까 생각해 보지만 마음뿐...

칠선봉에 올랐다.

 

15시 세석 도착 ... 세석대피소도 인파로 붐비고 고통속에 희열을 느끼며 촛대봉으로 향한다.

 

지리산에서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들...

하나같이 더 빨리 앞으로만 가려고 하는 듯하다.

산에서 조차 느긋하게 삶의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 듯 오로지 걷기만 한다.

 

연하봉을 거쳐 장터목으로 가는 길에 야생화 아름다움에 잠시나마 통증의 고톹을 잊어 본다.

 

죽어서 더 아름다운 나무여...

 

연하봉을 지나는 동안에도 안개는 계속되고 잠시 지리산의 모습을 아주 쬐금 보여준다.

 

 

16시50분 장터목을 통과하여 곧바로 제석봉으로 올라간다.

 

제석봉전망대에 서니 안개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천왕봉~~~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그러나 무릎의 통증은 점 점 더 심해져만 가고 천왕봉은 이직도 먼데...마음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느긋해지고...

 

 

하늘로 향하는 통천문을 지나고...

 

드디어 천왕봉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18시 천왕봉에 올라 인증샷...

 

로타리대피소로 내려오는 급경사 하산길...무릎이 아픈 사람에게는 거의 초죽음길이나 마찬가지다.

천왕샘에서 시원한 물 한잔 마시고 천천히 하산을 계속한다.

나 말고도 무릎이 아파 고생하는 몇사람이 뒤를 따르고...

 

예전에는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오르려면 누구나 거쳐 갔던 개선문이지만 이제는 등산로에서 비켜나 있다.

 

어둠이 내리고 보름달이 피어 올랐다.

저만치 앞서가는 세사람...구조요청을 했는지 대피소 직원이 랜턴을 들고 올라온다.

 

바윗돌에 앉아서 보름달을 감상하여 고통도 잠시 잊고 내가 사랑하는 지리산의 추억에 빠져본다.

20시30분 로타리대피소에 도착, 잠자리를 부탁해 보지만 빈자리는 없다.

 

취사장 바닥에 누우니 냉기가 차 올라 잠이 오질 않고 무릎의 통증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대피소 안으로 들어 갔지만 내게 허락된 건 바닥에 앉아서 밤을 새우되 절대 누워서는 안된다는 것...

 

잠시 눈을 부쳤다가 웅성거림에 눈을 떳다.

새벽 3시30분...아픈 다리를 질 질 끌며 하산을 시작한다.

 

달이 무척 밝았다.

헬기장에서 올려다 보이는 천왕봉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져 온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등산객들과 인사를 나누며 어둠속을 내려간다.

시간은 흐르고 망바위를 거쳐 칼바위에 도착하니 날이 밝아 온다.

 

나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지리산의 새벽은 신선한 충만이다.

먹다 남은 현미밥 한주먹을 입안에 넣고 씹는다.

이미 모든게 다 갖추어져 있어 더 바랄게 없는 시간이 오고 있다.

 

06시25분 하산완료...고통의 시간과의 싸움에서 내가 이긴 것인가?

 

중산리계곡의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버스정류장까지 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간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몸아 가쁜하고 통증도 반쯤 사라진다. 발걸음이 가볍다.

내게는 평범한 일상이었던 지리산 종주였지만 무릎관절에 이상을 느낀 뒤 5년만에 다시 걷게 된 지리산 종주는

나 자신의 현재를 가장 잘 알게 해 주는 것 같다.

 

06시55분 중산리발 진주행 버스, 진주터미널에서 09시30분 울산행 직통버스로 귀가.

어느 시인의 싯구를 인용하면 걷고 있어도 걷고 싶은 길이 지리산 종주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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