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창림사지를 찾아간 것은 백무산 시인의 시 '창림사지'를 읽고 난 다음날이었습니다.
그동안 석탑기행을 한답시고 이곳 저곳을 답사했으나 비슷 비슷한 석탑에서 별다른 영감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석탑이 서 있는 위치와 주변산세를 연결시켜 보는 풍수지리적 접근법이었습니다만, 그것은 형상에만 매달리는 꼴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석탑을 물질로만 인식한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탑은 곳 부처님이 계시는 곳이고 불법이 함께 하는 곳이니 탑은 물질이면서도 또 한편으로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시인은 석탑을 수억광년을 달려와 마음을 비춰보는 돌이라고 했습니다. 문득 돌이 살아서 숨을 쉬고 말을 하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난 창림사지에서부터 나의 석탑기행을 새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철저히 無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석탑 하나 마주 하고서
저물도록 그 앞을 떠나지 못합니다
오늘에사 처음 본 탑이지만
탑은 나를 천년도 넘게 보아온 듯
탑 그림자가 내 등을 닮았습니다
수억 광년 먼 우주의 별들도
어쩌면 등 뒤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석탑 하나 마주하고 오래 서 있자니
나의 등이 수억 광년 달려와
나를 정렬하고 마음을 만납니다
옛사람들은 거울보다 먼저
마음을 비춰보는 돌을 발명했습니다
- 백무산의 '창림사지' 전문 -
창림사지는 삼국유사에 신라 최초의 궁궐로 기록된 곳이라 하는데, 절터 주변에는 소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고 절터에는 쌍귀부와 주초석들만이 남아 옛소식을 전합니다.
절터는 명당이라는 설때문에 묘지가 들어와 있습니다. 이것은 경주 남산의 대부분의 절터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현상이기도 합니다. 특이한 것은 석탑이 산 쪽에 있고 아래 쪽에서 건물이 배치되는 산지가람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삼층석탑 옆에도 무덤이 있습니다. 1974년에 복원된 창림사지 삼층석탑은 2층기단에 팔부신중상을 새겼는데 경주지역의 탑에서 발견된 최초의 팔부신중상이라고 합니다. 또한 1층탑신부의 동서남북에는 쌍바라지문을 새겼습니다.
문화재적 가치가 큰데도 문화재로 지정이 되지 않아 관리번호 하나 얻지 못한 무명탑입니다. 그러나 위풍당당한 탑의 모습에서 무언설법을 듣습니다. 비가 온 뒤의 해맑은 숲의 얼굴을 만납니다.
석탑기행에서 돌아와 금강경오가해를 읽다가 아래 구절에서 천년을 하루같이 그 자리를 지켜온 석탑의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오랜 세월과 일념(한순간)이 걸림이 없고, 옛과 지금과 시작과 끝이 다 하나로 통하도다. 무엇이 이같은가. 動과 靜이 항상 靑山中(동하지 않는 마음의 심체)에 있음이니라.(060114)
(창림사지 찾아가는 길)
포석정 옆 배동마을 포석1길을 따라 성불사 골목길로 접어들어 성불사 입구에서 좌측으로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마을을 지나 농로를 따라가면 문화재이정표가 있는데 정작 '창림사지'라는 표지는 지워지고 없습니다. 그곳에서 우측으로 논길을 따라 '산불조심'표지가 있는 산자락으로 접어 들면 창림사지가 나오고 위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삼층석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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