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6.
인간세상에는 족보라는 게 있듯이 산에도 족보가 있다.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법흥사를 품은 강원도 영월과 평창의 경계에 있는 백덕산과 사자산은 어디에서 흘러 오는 것인가, 그 족보를 살펴 보는 것은 재미있고 설레는 일이다.
먼저 모든 산의 흐름은 백두대간에서 찾는다. 우리나라 모든 산의 母山은 백두산이기때문이다. 백두산에서 발원한 이 땅의 정기가 등줄기인 백두대간을 따라서 지리산으로 남하하면서 정맥과 지맥(기맥) 그리고 분맥을 통하여 나라 전체로 퍼져 나간다.
불가에서는 백덕산군 전체를 사자산으로 통칭하여 부르기때문에 법흥사를 사자산 법흥사라고 부르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백덕산군은 백덕산과 사자산, 그리고 구봉대산으로 구분된다.
백두산에서 발원한 우리땅의 정기가 백두대간을 따라 지리산으로 남하하던 중 오대산 두로봉에서 지맥 하나가 분기하니, 한강기맥이다. 한강기맥은 오대산 두로봉에서 분기하여 오대산 상왕봉 - 비로봉 - 호령봉 - 계방산 - 운두령 - 청량봉 -삼계봉을 거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인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로 가던 중, 다시 삼계봉에서 영월지맥으로 분기하여 태기산을 거쳐 치악산- 태화산으로 그 흐름을 이어가는데 태기산에서 또 하나의 산줄기가 분기하니 백덕지맥이다. 백덕지맥은 태기산에서 청태산 - 오봉산 - 문재를 거쳐 사자산과 백덕산으로 그 흐름을 이어간다.
사자산 법흥사의 기운은 백두산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설악산을 거쳐 오대산 두로봉에 이른 다음, 한강기맥을 따라 계방산을 거쳐 삼계봉에 이르고, 삼계봉에서 영월지맥을 따라 태기산에 이른 다음, 다시 백덕지맥을 따라 청태산...오봉산 ...문재를 거쳐 사자산 연화봉아래에서 그 기운을 일으키니 그곳이 바로 법흥사 적멸보궁이다.
산행에 앞서 법흥사 적멸보궁을 참배한다. 본래 사자산 법흥사의 지명 유래는 산세가 불교의 상징 동물인 사자형상의 허리와 같은 모든 지혈이 한 곳에 모이는 길지 이며, 뒤의 산봉우리가 불교의 상징 꽃인 연꽃 같이 생긴 연화봉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른 아침에 아름다운 숲길을 걸어 적멸보궁에서 108배를 하고 샘에서 청수를 길어 산행에 나섰다.
(연화봉)
(강원도지정문화재...징효국사 부도)
(법흥사 적멸보궁)
(적멸보궁 뒷편 석굴과 부도탑)
법흥사주차장에서 허공다리골로 올라 가던 중에 등산로가 아니라는 표시를 보고서도 무심코 들어선 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 길의 끝은 허물어 지고 잔재만 남은 토굴터였다. 이론적으로는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서 갈림길에서 다시 산행길을 이어가야하지만, 그냥 길을 무시하고 직선산행을 하기로 했다. 가파른 너덜지대를 미끄러지며 오르고 또 올라 더 올라 갈 수 없는 마지막 절벽에서 산비탈을 돌아 오르니, 그곳은 사자산 연화봉이었다.
(연화봉 천진보탑이라고 부르고 싶은 바위)
커다란 노송과 칼날같은 바위 하나가 수호신처럼 느껴지는 그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뱀 한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두려움보다는 담담함이랄까?
연화봉에서부터는 등산로가 뚜렷하게 나 있다. 한사람 겨우 지나다닐 만한 좁은 길이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온다. 6일째 산길을 걷고보니, 몸이 많이 지쳤다. 정상이 기다려 질수록 오르는 길이 자꾸 멀게 느껴진다.
사자산 정상에는 사재산 1봉이라는 조그만 팻말이 걸려 있을 뿐, 주변조망이 전혀 되지 않는다. 사재산은 사자산의 또다른 이름이다. 처음 인연을 맺은 산은 백덕산이었고, 그다음으로 구봉대산을 올랐고, 마지막으로 사자산을 올랐었는데, 이번에 두번째로 사자산을 오르게 된 것이다. 점심식사를 하고 백덕산 방향으로 길을 이어 간다.
걷기에 아주 편안한 숲길을 따라 걷다가 오른쪽 골짜기로 연결되는 소로를 발견하고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방향을 틀어서 소로를 따라 내려가니, 큰 절벽아래 조그마한 범종을 설치해 둔 기도굴이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소로를 따라 내려가니, 이번에는 기도객들의 움막이 나타났고, 그 지점에서 소로가 끊어졌다.
(기도굴)
남감했다. 지칠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물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지만, 길이 없는 깊은 산골짜기를 따라 내려간다는 것이 그리 녹녹치만은 않았다.
그렇지만 길이 없는 길을 걷다보면 정신이 집중되니 무념의 상태가 되어 좋았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오직 이 순간 벌걸음 하나에 모든 에너지가 모아진다.
물소리가 점점 커지고 수량이 늘어날 즈음, 합수점에 도착하니, 백덕산 당재에서 내려오는 등산로와 연결이 된다. 폭포와 소(沼)가 멋진 풍광을 연출하는 골짜기를 따라서 내려오니, 관음사가 나오고 다시 도로를 걸어서 법흥사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산중에서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고 오를 때도 길없는 길을 걸었고 내려 올때도 길없는 길을 걸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길없는 길이 바로 길이었던 것이다. 내가 살아가고 인생길처럼.
(사자산 연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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