妙行도보길

[스크랩] 태화강 국화꽃 & 시음악 여행

행운57 2014. 10. 13. 09:54
728x90

태화강 국화꽃 & 시음악 여행

 

2014.10.12일

 

시월의 여행하기 딱 좋은 날, 게으른 낮잠에 빠져들다...정오가 지난 시각...

무아님과 함께 태화강대공원으로 국화꽃여행을 떠난다.

 

 

바람이 좋으니 파도가 멋질 것 같다.

바다로 떠나고 싶었으나 이마저 여의치않은 절망의 정오다.

 

 

잃어버린 시월의 좋은 날때문에 순간 짜증이 났고 무아님은 삐쳤다.

말없이 시내버스를 타고 태화강으로 갔다.

 

태화루를 지나 태화강으로 접어드니 억새꽃은 너울너울 춤을 추고 강물은 낮은데로 흐른다.

 

 

 

억새의 수근거림에 나는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전깃줄에 나는 감전되었다고..."

 

 

 

그제서야 나는 알았다. "낮잠도...짜증도...억새가 나를 부르는 신호였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은 꿈길 걸어 그대에게로 가는 날이라는 것을..."

 

 

그래, 태화강대공원의 국화꽃밭에 꽃망울 맺히던 날, 네가 피면 무아님과 다시 오마고 약속했었지.

 

 

만개한 꽃밭에서 어제의 가슴뛰는 여정도 잊혀져간다.

국화꽃밭에서 그녀와 어제보다 더 행복한 오늘이 시작되고 있었다.

 

 

 

국화꽃길을 걸으며 나즉히 되새겨본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아~~~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볼수록 예쁘고 사랑스러운 국화꽃 앞에서 너도 그렇다고 말해주고 싶은 단 한사람...

 

 

 

그대와의 행복한 동행이다.

 

 

 

여행은 몰입이다. 순간의 흐름에 집중하는 것이다.

바람에 불면 바람에 집중하고, 꽃이 피면 꽃에 집중하고, 그대가 부르면 그대에게 집중하는 것.

 

 

 

인생이든 여행이든 지난후에 후회하지마라.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절정의 국화꽃이 내게 말한다.

"나와 함께 늙어가요. 가장 좋은 때는 아직 오지 않았어요."

그럼...그럼...날마다 좋은 날이지.

 

 

 

꽃바람속에서 그녀가 나즉하게 말한다. 불쑥 불쑥 짜증 부리지말라고....

그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 어디 있으랴.

 

 

 

 

이건 정말 우연이었다. 안치환의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축제 같은데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터라 그냥 지나치려다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않고 말았다.

 

 

<외솔 최현배선생 탄생 120주년 기념 한글문화예술제>

안치환이 정호승시인의 시노래를 부르고...정호승시인의 시낭송을 하고 ...시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다.

 

 

안치환이 부르고, 정호승시인의 읽어주는 시 - 술한잔

 

술한잔

 

                          정호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시인은 이 시를 40대에 지었다고 한다.

그 때는 인생이 너무 힘들고 원망스러워서 이런 시를 지었는데

20년이 흐른 지금 생각해보니 인생은 나에게 너무 많은 술을 사주었더라고.

시는 때로는 반어법으로 읽어야한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읺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읺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시인은 말한다. 그늘이나 눈물은  바로  사랑이라고.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시인은 말한다. 외로움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는 것이라고.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라고.

인간의 오로움의 빛깔은 노오란 수선화와 같을 거라고, 그래서 제목을 "수선화에게"라고 붙였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사람이 외로운 것은 사람이 자연과 다르다는 생각때문이라고.

자연과 소통하는 삶에는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없다고.

 

 

 

여 행

                                                   

                                                         정호승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다.

 

 

 

*시인은 말한다. 오지, 설산 또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최진석교수는 아침마다 '나는 오늘도 죽는다"를 주제로 명상을 한다고 한다.

죽음앞에 삶은 더 절실하고 소중해진다고. 비로소 오늘을 제대로 살게 된다고,

 

 

 

풍경 달다 /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시인이 쓴 900여편의 시중에서 유일하게 암송할 수 있는 시라고.

풍경은 바람이 없으면 울리지 않는다. 바람과 풍경의 관계는 사랑이라고.

 

시인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헨리 나우웬 신부라고.

그가 쓴 <탕자의 귀환>에서 한 말을 들려준다.

"관계가 힘들 땐 사랑을 택하라"

 

 

정호승시인이 자리를 뜨고 안치환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른다.

국화꽃에 취해 몽롱한 나에게 꽃보다 아름다운 건 사람이라고 노래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마지막으로 안치환은 "위하여"를 노래한다.

우리 모두 손을 흔들며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되짚어보면 우연이란 없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만이 있을 뿐.

아침나절의 낮잠과 짜증이 어쩌면 억새와 국화꽃과 시와 노래의 세계로 나를 부르는 필연은 아니었을까.

 

 

나는 직선보다는 곡선을 더 사랑한다.

오늘 저 아름다운 꽃길의 곡선을 보며 행복을 느낀다.

 

 

여행은 타이밍의 예술이다.

꽃이 피는 곳에 내가 가야만 하는 것이고, 바람부는 언덕에 내가 서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이념이 다르다고, 취미가 다르다고 배척하는 것이 인간이지만,

꽃을 보면 알게 된다. 그 다름속에 조화로움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모든 공간에는 여백이 필요하듯 꽃의 공간에도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Now...지금 누리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

여행은 떠나고 싶으면 지금 떠나라.

태화강 춤추는 억새를 보려거든 지금 떠나라.

태화강 국화꽃을 보려거든 지금 떠나라.

 

 

그러나 억새밭을 떠나 올 때, 국화꽃밭을 떠 올 때 "다으메"라는 인삿말을 잊지말 것.

 

 

꽃같은 그대여! 나무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억새와 국화꽃....시와 노래의 향연이 끝나고...도자기 전시부스 앞에 멈춰선다.

오늘은 그녀에게 선물을 하나 해주고 싶었다.

 

 

나는 그녀에게 예쁜 다기세트를 선물했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내게 술 한잔 권했다.

그리고 우리는 걸었다. 길이 끝나는 곳까지.

누군가 우리의 뒤를 따라 오는 것 같았다. 아마 여행의 즐거움...행복...이런 것들이 다가오는 소리일게다.

 

//

출처 : 울산도보여행클럽
글쓴이 : 行雲 원글보기
메모 :
728x90